Wednesday, February 4, 2009

수퍼 보울과 광고 그리고 현대 자동차

수퍼 보울(Super Bowl)은 간단하게 말하면 미식 축구 리그 (NFL: National Football League)의 챔피언 결정전이다. 모든 플레이 오프도 그렇지만 수퍼 보울도 한판 승부다. 수퍼 보울 일요일 (Super Bowl Sunday)은 추수 감사절 같은 명절은 아니지만, 미국민 사이에서는 명절처럼 인식되고 있다. 수퍼 보울 경기 독점 중계 방송사 - 2009 수퍼 보울의 독점 중계 방송사는 NBC - 는 하루 종일 수퍼 보울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방송한다. 역대 대통령들은 특정 팀을 응원하지 않았는데, 오바마 대통령이 피츠버그 스틸러스(2008-2009 시즌 수퍼 보울 우승팀)을 응원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게다가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랬는지 짤막한 생방송 기자 회견까지 했다. 피츠버그 스틸러스는 팀의 wide receiver인 Hines Ward (하인즈 워드)가 혼혈 한국인이고 3년전 수퍼 보울 MVP를 받고 한국을 방문해서 엄청난 환대를 받은 일 때문에 잘 알려져 있다. 부상임에도 불구하고 주전으로 출전해서 초반 활약을 멋지게 해줬다. 중계 방송 캐스터 중 한 사람은 하인즈 워드가 출전하지 않는 스틸러스 경기를 상상할 수 없다고 격찬했다.

수퍼 보울은 경기 자체도 중요한 이벤트이지만, TV 중계 방송 시청자 수가 연중 최대이기 때문에 경기 중간 중간에 나오는 광고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수퍼 보울이 끝나면 다음 날 광고와 관련된 일들이 화제가 된다. 실제로 1984년 수퍼 보울 광고에서 애플의 매킨토쉬 광고가 히트를 친 것은 지금도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금년의 수퍼 보울 광고들 중 애플 광고처럼 센세이널한 광고는 눈에 띄지 않았지만, 현대 자동차의 제네시스 광고가 괜찮았다. 제네시스가 2009년 북미 올해의 차로 선정된 사실을 강조하여 만든 광고였다. 현대 자동차의 경쟁 업체들인 일본 도요타(렉서스)와 독일 BMW 경영진들이 "현대"라는 단어을 울부짖으며 부하들을 질책하는 장면은 역설의 극치를 달린다. 마지막에 나즈막하게 읽히는 내레이션, "작은 상을 하나를 받은 것에 불과하지만, 갑자기 모두가 그대의 이름을 제대로 알게 됐다. 현대. 선데(이)처럼.(Win one little award and suddenly everyone gets your name right. It's Hyundai. Like Sunday)"



사실 삼성이나 현대라는 단어를 미국 사람들은 제대로 읽지 못한다. 그들이 익숙한 방식으로 읽는 것이다. Samsung은 쌤쑹으로 읽히는게 보통이고 Hyundai는 헌대이라고 발음한다. "현"이라는 발음이 미국 사람들한테는 잘 안되는 모양이다. "현"이 아니고 "헌"도 아닌 이상한 발음을 한다. TV광고에서 조차 발음이 제대로 안된다. 그런데 최근 방송되는 현대 광고들은 그 부분에 신경을 쓴 모양이다. 그래서 들리는 발음이 "현대"와 거의 유사하다. 위의 광고에 나오는 발음처럼 말이다. 수퍼 보울도 정말 박진감 넘치게 재미 있었지만, 현대 자동차의 광고가 눈에 확 띄면서 그 즐거움이 배가 된 느낌이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