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언급을 해서 알게된 미국 드라마, 웨스트윙을 연말연시 연휴를 이용해서 시청했다. 모두 일곱 시즌이 방송됐고, 시즌당 스물 두편 내외니까 꽤 방대한 양이다. 한참 철지난 TV 드라마이지만,구성이 탄탄한 이 드라마는 오바마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다시 한번 인구에 회자 됐다. 마지막 시즌은 차기 대통령 선거가 주제였는데, 오바마 후보처럼 라틴계 소수민족 출신이 민주당 후보가 되고 극적으로 승리하고, 현직 대통령(제드 바틀렛)은 국민들의 축복속에 귀향을 하면서 드라마는 막을 내린다.
노무현 대통령이 이 드라마를 보면서 국정을 구상했는지 나는 확인 할 길이 없지만, - 했다면 정말 웃긴일 또는 슬픈 일 아닐까?- 고재영의 독설닷컴( http://poisontongue.sisain.co.kr)에서 고재영 기자는 "노무현 대통령은 단순히 드라마를 감상하는 것을 넘어, 드라마에서 본 것을 실천"했다는 다소 황당한 주장을 펼친다. 게다가 그 포스팅에서 드라마의 주요 등장인물을 노무현 대통령의 청와대 보좌진을 묘하게 연결시켜 마치 그들이 드라마의 내용처럼 음습한 정치공작을 펼친것으로 묘사된다. 청와대 측근들이 미국 드라마에 빠져 드라마 내용처럼 그렇게 국회를 움직이려하고, "소수 정권이면서도 국회와 대립감을 자주 형성했던 노무현 정부 초기의 난맥은 혹시 이런 웨스트윙식 철인정치에 기반을 둔 것"이라고 의심을 한다.
1인 미디어로 인기가 높은 고재영의 독설닷컴치고는 좀 이상한 인상 비평 같아 읽으면서 씁쓸하기만 했다. 가끔 당사자의 말을 인용하면서 묘하게 드라마 내용을 따라했다고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을 혹평한다. 실제 노무현 정부 내내 진행된 일들이, 겨우 미국 드라마를 따라 했다는 고재영 기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정말 슬픈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사실일까? 사실 여부를 확인 할 길은 없지만, 웨스트윙을 "애청"했다고 해서, 웨스트윙을 보고 "좌담"을 펼쳤다고 해서 드라마만 따라하다가 정권이 끝났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드라마 마지막은 바틀렛 대통령이 귀향 비행기안에서 영부인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다. "What are you thinking about? (무슨 생각하세요?)" 영부인이 묻자 대통령은 "Tomorrow (내일)"이라고 대답한다.
노무현 대통령도 귀향했다. 하지만 그는 재임기간 내내 받았던 조롱을 퇴임후에도 받는다. 웨스트윙을 즐겨 시청했다는 이유때문에.. 고재열 기자는 "노 대통령은 바틀렛을 어디까지 따라할까? ‘다발성경화증’이라는 치명적인 질병을 가지고 있음에도 재선에 도전하는 레드 바틀렛 대통령처럼, ‘대통령 단임제’라는 제도적 한계를 딛고 정계 은퇴 없이 현실정치에 개입하겠다며 노 대통령은 고집을 부리고 있다. 이른바 ‘훈수 정치’를 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능가해서 노 대통령은 ‘흑기사 정치’를 하고 있다. 비유하자면 코치가 그로기 상태인 선수 대신 링에 올라가 싸우는 형국인데, 이것은 말 그대로 승부와 무관한 막싸움일 뿐이다." 라면서 노무현 대통령의 민주주의 2.0을 몰아세운다. 왜 전임 대통령은 가만히 입 틀어막고 가만히 앉아 있어야만 하는 것일까? 노무현 대통령도 바틀렛 대통령처럼 "내일"을 생각하면서 일을 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
마침 이명박 대통령의 참모들이 웨스트윙을 대통령에게 선물했다니, 이명박 대통령의 청와대에서 웨스트윙의 드라마 내용과 유사한 일들이 진행됐을때 고재열 기자의 통찰력은 어떻게 발휘될 지 두고 볼 일이다.
Friday, January 9, 2009
Subscribe to:
Post Comments (Atom)
No comments:
Post a Comment